영국 웨일스 국립식물원

(The National Botanic Garden of Wales, UK)

김용식

영남대학교 자연자원대학 조경학과 교수

필자는 지난 1월 중순부터 한달동안 영국의 레딩대학 식물학과와 왕립 큐우식물원에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의 보전에 관한 공동연구를 수행하던 중, 영국정부의 원대한 계획인 Millennium Project의 일환이며, 최근 국민복권(National Lottery)에 의한 기금조성으로 웨일스에 조성 중인 국립식물원 조성현장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생물 다양성 보전에 대한 고조되는 관심을 놓고 볼 때에 이 식물원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매우 많으리라 생각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은 이미 알려져 있는 것처럼 England, Scotland 및 Wales 등 3개 국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England(Royal Botanic Gardens, Kew)와 Scotland(Royal Botanic Gardens, Edinburgh)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식물원을 조성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관으로 알려져 있으나, 유독 웨일스 만은 아직까지 국립식물원이 없기 때문에 국립식물원 조성계획을 수립해 오던 중 복권기금에 의해 식물원을 원대한 계획아래조성하고 있다. 이 식물원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식물원이나 수목원의 기능을 보완하여, 국민들에게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다가오는 21세기를 대비하여 웅대한 포부로 조성하고 있음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웨일스 국립식물원은 국민복권기금에 의해 조성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영국정부로부터 배당된 예산만으로는 충분한 유지관리는 말할 것도 없고, 계획서대로의 조성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예산조달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따라서 현재 배당된 예산의 집행 이후로는 웨일스 정부당국이 일부예산을 부담하되 나머지 부족분은 주로 기부금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간 식물원이나 수목원에 대한 영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놓고 볼 때에, 예산문제 때문에 중도에 중단되는 상황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현재 영국에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식물원 및 수목원뿐만 아니라, 아직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안치만, 아주 훌륭한 식물원이나 수목원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적으로 최근까지 왕립 큐우 식물원의 학술담당 부원장으로 재직했으며, 영국의 생물 다양성 보전전략의 수립 및 실행의 중추적인 임무를 맡고 있는 Charles Stirton 박사의 주도 아래 웨일스 국립식물원은 약 7년 전부터 설립계획을 수립하여 오던차 복권기금에 의해 다가오는 21세기의 식물원 상을 보여 주기 위한 원대한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대·소규모의 수목원과 식물원이 많이 있지만, 본래의 이념과 기능에 따라 생각해 볼 때에 어느 곳 하나 제대로 된 식물원이나 수목원이 없는 형편을 본다면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정책 결정자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및 의식수준이나 신념이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되며, 보다 훌륭한 식물원을 가질 수 있도록 식물원에 관심을 가진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야 하리라 믿는다.

웨일스 국립식물원은 Carmarthenshire의 Regency Park에 있으며, 1780년대 월리엄 팍스턴 경이 소유했던 정원부지로 주변의 완만한 구릉지와 계곡이 6군데에 산재한 자연 및 인공연못과 잘 조화되어 있어서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568 에이커 규모의 부지이다. 이 식물원은 기존의 식물원 기능 중에서 특히 식물보전에 바탕을 둔 식물연구와 이에 필요한 교육 기능중심으로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적인 수준에 손색이 없는 연구와 교육장소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에게 식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식물원으로부터 생기는 혜택을 통하여 웨일스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것도 조성목표 중의 하나이다.

웨일스 국립식물원이 현 부지를 식물원 조성장소로 결정했던 이유는 영국 특유의 목가적인 경관지역과 멕시코만 난류의 영향으로 기후가 매우 온화하여 다양한 식물을 별 어려움 없이 키울 수 있으며, 지형적인 특성으로 다양한 미기후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도시지역에서 멀리 격리되어 있기에 전혀 환경오염의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원대한 계획 하에 연구중점을 두게될 이끼나 균류를 야외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생육시킬 수 있는 것도 부지선정의 장점이었다. 또한 현 부지는 지방의 부호가 조성한 18세기의 정원이 일부 남아 있어서 식물원이 계획하고 있는 연구와 미적인 기능을 비교적 한꺼번에 용이하게 충족시킬 수 있으며, 특히 큐우 식물원이나 에딘버러 식물원이 직면하고 있는 강우량 문제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

웨일스 국립식물원은 전통적인 식물원의 한계였던 식물인자만의 중심이 아니라 생물계 중심인 식물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시도라 생각되었다. 오늘날 생물 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놓고 볼 때에, 왕립 큐우 식물원이나 에딘버러 식물원은 처음부터 일반대중을 위한 환경보전과 이를 위한 교육적인 측면을 염두에 두고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 웨일스 국립식물원은 계획 당시부터 식물을 포함한 환경보전에 초점을 맞추어 조성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식물원에 설치될 많은 시설은 주로 환경보전에 초점을 두어,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적 측면에 그 설립목표를 둔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웨일스 국립식물원은 다음과 같은 조성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첫째로 집중적인 연구활동을 통하여 식물이 행하는 기능을 이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장기적인 연구활동을 통하여 수행되는데, 현재로는 환경오염에 민감한 곤충과 균류를 대상으로 장기간의 모니터링을 하는 등의 연구계획이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최첨단 연구시설을 설치하여, 국제수준 이상으로 연구활동과 식물보전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장·단기 훈련 프로그램의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둘째로는 식물의 제반 중요성을 일반인에게 홍보하는 일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일반인들의 교육에 중점을 두게 되는데, 세계 최초로 Bioverse와 같은 교육시설을 설치하여 최신 기술에 의한 전시를 통하여 방문객들이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셋째로는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종의 보전사업이다. 이 계획은 주로 웨일스 지역에 자생하는 모든 식물을 수집하여 전시·연구하며, 이를 위하여 세계 최대규모의 유리온실을 건축하여 전시할 계획이다. 또한 웨일스와 유럽에 연한 대서양 및 극동과 중동 아시아지역 자생의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과 전세계의 온대림 지역에 자생하는 목본 및 구근류 중 약용, 원예 및 교육적 가치가 높은 식물의 종자를 포함한 생식질 자원을 수집하여 유전자 은행을 운영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는 식물의 세계를 전시하여 방문객들에게 그 가치를 더욱 자세히 알리는 일이다. 이를 위하여, 실물전시 뿐만 아니라 최첨단의 비디오 및 오디오 시설을 통하여 다양한 계층의 교육에 맞도록 시설을 설치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웨일스 국립식물원에서 조성중인 주요한 시설과 정원을 보면 다음과 같다.

● 대유리온실 및 바이오버스(Bioverse):

웨일스 식물원의 가장 중심적인 시설물로 타원형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길이는 100m, 폭은 60m의 규모로 미국의 미주리 식물원이나 롱우드 가든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실내에 중간 기둥이 없는 대온실(Climatron)이다. 이 온실에는 주로 칠 레, 켈리포니아, 호주, 남·북 아프리카, 카나리아 섬 등 전 세계의 식물을 전시 할 계획인데, 식물의 형태, 색채, 향기 등 식물의 특성을 살려 주로 보전 측면 에 중점을 두어 식물을 전시하게 된다. 한편 바이오버스는 매우 독창적인 개념 으로 방문객이 직접 체험활동을 통하여 생물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용 전시시설이다. 이는 직접 식물과 일정 기간동안 함께 살기도 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를 맡아 봄으로서 식물의 세계를 정확히 이해시키도록 최첨단의 시청각 시설을 갖추게 된다.

● 수목원과 삼림지역:

이 지역은 소규모의 계곡을 중심으로 주로 참나무림이 조성되어 있는 곳으로, 특히 매우 다양한 균류와 고사리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 하다. 여기에는 주로 식물보전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중국, 칠레, 뉴질런드 및 일본의 북해도지역에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을 수집하여 식재할 예정으로 있으 며, 보전에 필요한 연구 및 교육에 중점을 두게 되며, 앞으로 이들이 수집된 각 지역에서 종복원의 필요가 있을 경우 이들 수집된 생식질 자원을 사용하는 것 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나무림 주변은 현재 목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 두겹의 빨간 벽돌담장으로 이루어진 정원:

이 정원은 10세기에 조성된 곳으로, 현재는 벽돌담장과 별장용 건물터만 남아 있는 곳이다. 정문을 기준으로 주 도로의 왼쪽 바로 옆에 동-서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길이는 약 150m 정도로 직사각형 형태의 담장 속의 담장 정원으 로 알려져 있는 이곳은 영국에서는 유일한 정원형태이다. 현재의 부지특성 상 다섯개의 미기후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주로 약용식물용 생식질 및 유전자원을 전시하는데 이용할 계획으로 있다. 특이한 점은 식물의 전시형태로 기존의 식 물원과는 달리 벽돌담장과 통로에 나무 분쇄목을 깔고, 대나무류 식재와 바람 의 특성 등을 이용하여 소리의 울림현상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할 계획으로 있다.

● 스터블 코오트:

스터블 코오트는 현재 국립 식물원 조성부지에 남아있는 2층 규모의 유일한 건 물이다. 건물의 외관은 현재의 모양과 같이 그대로 살리며, 이용목적에 맞고 편 리하도록 내부수리만 할 예정이다. 이곳은 앞으로 식물원의 중심지역으로 역할 을 담당하게 되는데, 1층은 방문객을 위한 식당으로, 2층은 실험실과 교육센터 로 사용할 계획으로 있다. 일반인이나 전문가들을 위한 모든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은 이곳에서 이루어 지게 된다.

● 올드 바안: 전통 약용식물 박물관:

이곳은 1800년대에 마굿간으로 사용하던 건물인데, 웨일스에서 유명한 민속 약 용식물학자였던 Myddfai 여사의 업적을 기리고, 약용식물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하여 전세계의 전통 약용식물에 관한 자료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계획하고 있 다.

● 연구동:

연구동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질적인 면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활동을 목표로 왕립 큐우 및 에딘버러 식물원을 포함하여 대학 및 연구기관 등과 협동 연구의 수행을 원칙으로 삼아, 앞으로 식물연구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 록 계통분류학, 보전생물학, 식물육종학, 원예식물분류학, 외래초본식물종의 연 구, 식물의 형태와 구조, 화학물질 및 분자생물학적 측면에서의 연구 등을 계획 하고 있으며, 연구에 필요한 첨단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 넓은 산책로:

이곳은 정문에서 유리온실에 이르는 접근로의 양쪽에 전 세계에서 수집하거나 육성된 초본식물을 전시측면에 중점을 두어, 방문객들이 사계절을 통하여 시각 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 바이오스코우프:

바이오스코우프(Bioscope)는 반지하의 비지터센터로 식물원의 어느 곳에서나 곧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다. 이곳에는 주로 방문객을 위하여 비디오 및 오디오를 포함한 특수 멀티 메디어 시설을 완비한 강당이 자리잡게 되는데, 방문객들이 식물원을 관람하기 전에 약 12분 짜리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전반적 인 식물원의 소개를 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곳은 강연이나 무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게 된다.

● 에너지 센터:

오는 21세기에는 주요한 화석자원이 고갈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재생가능 한 대체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고, 이의 사용을 권장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센터 를 교육적 목적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구상하게 되었다. 이를 위하 여, 식물원의 운용에 필요한 에너지는 전력의 사용을 최소화하며, 폐재를 이용 한 보일러의 설치로 방문객들이 아주 쉬운 지점에서 보일러실의 내부를 완전히 볼 수 있도록 투시형태로 식물원의 중심지역에 시설할 계획이다. 이에 사용될 연료를 지속적으로 조달하기 위하여 버드나무류나 갈대류와 같은 속성수를 대 량으로 식재할 계획으로 있다. 또한 빗물은 최대한 모아 두었다가 사용하며, 식 물원 부지로 흘러드는 물길이나 화장실에는 갈대류로 차단·정수막을 설치하여 물을 정수하여 사용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관리에 널리 사용되고 있 는 한정된 자연자원인 토탄의 사용도 최대한 억제할 계획으로 있다. 병충해의 방제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대신에 천적을 최대한 이용한 생물적 방제를 일 상화하며, 이들 전반적인 내용을 방문객들에게 항상 보여 줌으로써 에너지의 활용과 절약에 대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 기타의 계획:

1) 균류 수집(Fungi Collection): 웨일스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다양한 균류를 발 판으로 웨일스 국립식물원을 앞으로 국제적인 수준의 균류연구센터로 발전 시킬 계획으로 있다. 연구된 이들 자료는 책자, 인터넷 및 CD ROM등의 수 단으로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2) 웨일스 자생식물의 서식처 조성: 개발행위에 따른 서식처 파괴가 환경에 미 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식물원 부지 내의 자연림과 초지 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3) 원예용 식물자원수집: 현재 원예용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으나, 보전이 필요 한 측면에 중점을 두어 연구하게 된다.

4) 방문객용 이동수단: 환경친화적인 측면을 위하여 방문객의 이동 시 화석연 료 대신에 전기기차나 마차 및 말을 이용할 계획으로 있다.

5) 암석원: 주로 식물의 진화나 적응측면에 중점을 두어 암석원을 조성한다.

6) 조명: 대유리온실(The Great Glass House)의 조명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 며, 특히 야간에 주변지역에서 쉽게 볼수 있으며, Landmark 역할 을 할 수 있도록 밝고 화려하게 시설을 할 계획이다.

7) 수생 생태학 실험실: 이곳은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 및 일반인들이 수생생태계 전반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교육장소로 개발한다.

8) 행사광장: 주로 여름철에 이용하는 공간으로, 현재 영국에서 유명한 원예 전시회나 첼시 원예 박람회 등의 행사를 이곳에 유치할 목적으로 시설을 설치한다.

출처: 자연보존. 1998. 102: 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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